임신 초기, 가장 두려웠던 게 입덧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저는 심한 입덧은 없었어요.
대신 입덧이 끝났다는 시점인 임신 중기에 들어서도 속이 편해지지 않는 이상한 불편함이 계속되었죠.
길을 걷다 보면 오만가지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특히 생선 비린내는 고개를 돌릴 만큼 역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배가 고파서 뭔가를 먹으려고 했다가도, 막상 먹다 보면 갑자기 입맛이 사라지거나, 졸음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은 이상한 경험도 반복됐습니다.
이럴 땐 ‘입덧은 끝났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먹을 수는 있는데 속은 계속 불편하다’는 답답함만 남아요.
주변 사람들은 이제 입덧도 끝났겠다며 마음 놓지만, 저는 여전히 식사 때마다 내 위장과 협상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나날들을 지나며 느꼈던 속 불편의 원인과 감정,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방식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입덧은 아니지만, 위장은 여전히 예민합니다
많은 분들이 임신 12~14주가 지나면 입덧이 사라진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입덧은 줄어도 속은 계속 예민한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저처럼 입덧은 심하지 않았지만 냄새에 유난히 민감한 경우, 입덧이 끝난 뒤에도 위장 불편감이나 식욕 저하가 이어지기 쉽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저는 길을 걷다가 생선 냄새, 담배 냄새 등 악취로 하루에도 수십 가지 냄새에 반응하며 코를 막아야 했고, 생선구이 냄새는 특히 참기 힘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맛있다며 지나가는 그 냄새가, 저에게는 순식간에 속을 울렁이게 하는 방아쇠가 됐죠. 게다가 소화는 더디고, 속은 자주 더부룩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먹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막상 한두 입 먹고 나면 속이 답답해지고, 심지어 갑자기 졸음까지 밀려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식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날이 많아졌어요.
임신 중기 위장 변화의 원인은 '호르몬 + 자궁 압박'
이런 속 불편은 단순히 입덧의 연장이 아닙니다.
임신 중기에는 위장이 실제로 물리적, 생리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가장 큰 이유는 자궁의 성장과 소화기관의 위치 변화입니다.
임신 16주를 넘기면 자궁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해, 위를 압박하게 됩니다.
동시에 호르몬(특히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위장 운동이 느려지고, 위산 역류 가능성도 높아지죠.
그래서 저는 식사 후에 속이 더부룩하거나 명치 부분이 눌리는 듯한 느낌,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들었습니다. 또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식사와 식사 사이에 졸음이 심하게 오는 현상도 흔했어요.
이건 단순히 피로라기보다는, 위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음식을 처리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어요.
"먹고 싶지만 못 먹는" 감정은 생각보다 지친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입덧은 끝났다는 말이 주는 오해와 압박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입덧이 없었다고 하면 “그럼 이제 잘 먹겠네”, “속 편하겠네”라고 말하지만, 정작 저는 입이 아닌 속이 여전히 싸우는 중이었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식사 시간이 두렵게 느껴졌고, 어떤 날은 먹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게다가 저는 입맛이 돌아오려다 말고, 먹다 졸리다가, 다시 허기가 지는 이상한 사이클을 반복하며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속은 계속 불편한’ 애매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건 단순히 ‘입덧은 끝났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이제 속 편하겠다”라고 말하면, 왠지 모르게 제 상태를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웃으며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 느꼈습니다. 먹는다는 건 단순한 생존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는 일이라는 걸요.
특히 임신 중에는 ‘무엇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 모두가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걸 절실히 체감했어요.
결국, 위와 나 사이의 협상이 필요했다
속이 계속 불편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저는 나름의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식사 패턴을 바꿔갔습니다.
우선 한 끼에 많이 먹지 않고 소량을 여러 번 나눠 먹는 방식으로 바꿨고, 치킨을 혼자서 한 마리 다 먹을 만큼 좋아했는데 아예 기름진 음식은 멀리하게 되었어요.
냄새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환기와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고, 가능하면 혼자 먹을 때는 최대한 간단히 먹었어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기입니다. 최소한 30분 정도는 상체를 세운 채로 앉아 있거나 가볍게 움직이려고 노력했어요.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속 불편을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몸 상태에 따라 ‘먹지 않아도 되는 날’도 스스로 허락해주는 것이었어요.
모든 엄마가 항상 잘 먹고, 잘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 시기엔 속보다 마음이 편해야 위도 덜 긴장한다는 걸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잘 먹는 게 건강이다”라는 말에 부담을 느끼기보단, ‘지금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 천천히’라는 마음으로 위와 협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먹는 게 곧 아기가 먹는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말이 맞는 줄 알면서도, 입맛이 없을 때 유일하게 당기는 음식들은 떡볶이, 냉면, 짬뽕 같은 자극적인 음식들이었어요.
한 입 먹는 순간만큼은 살아나는 기분이 들고, 위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먹고 나면 또 ‘내가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걸까?’ 하는 죄책감 같은 생각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모든 걸 참기보다는, 조금씩 허용해 주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너무 매운 건 피하고, 양을 줄이거나 국물을 덜어내는 식으로 조절하면서 제 입맛도, 마음도 덜 억압받도록 노력했습니다.
엄마의 감정과 상태도 결국 아기에게 전해지는 만큼, 음식 하나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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