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 중 하나는 “잘 먹어야 해”, “영양 골고루 챙겨 먹어야 해”라는 이야기예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었고, 진짜 몸에 좋다는 것들을 검색해서 장을 보고, 영양소를 고려해서 식단을 짜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어요.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고기 냄새는 물론이고,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도 입에 안 맞고 과일만 계속 찾게 되는 입맛이 되었죠.
초기에는 공복에 입덧이 심해서 10년 넘게 안 먹던 아침을 먹기 시작하면서 하루 다섯 끼를 먹을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요.
입덧이 지나고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는 조금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정해진 식단보다는 그날 그 시간, 딱 떠오르는 ‘하나’를 먹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입덧이 줄어들었어도 식욕은 안정되지 않았고, 무언가 만들어 먹기엔 더운 날씨 탓에 귀찮고 지치기만 했어요.
그래서 하루하루, '영양'보다 '입맛'을 따라가며 지내는 나날들이었고, 때때로 이게 아이에게 괜찮은 걸까 싶어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입덧은 끝났지만, 입맛은 여전히 제멋대로
입덧이 가장 심했을 땐 딱 하나, 수박만 먹을 수 있었어요.
차가운 수박 한 조각이 입안에 들어오면 그 순간만큼은 울렁거림이 멈췄고, 지금도 냉장고에 수박이 떨어지지 않는 건 그 습관이 남은 걸지도 몰라요.
특히 입덧 초기에는 “이거다!” 싶은 음식이 머리에 떠오르면 바로 먹어야만 했고, 그걸 놓치면 그날 하루종일 속이 안 좋았어요.
한 번은 갑자기 밤 늦게 오뚜기 크림스프가 먹고 싶어 졌는데, 남편이 조용히 말없이 나가서 사다 주던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그런데 그렇게 먹고 싶어서 사다 놓은 음식도, 막상 먹다 보면 한두 입 먹고 끝내는 날이 많았고, 그 뒤는 항상 남편의 몫이었어요.
결국 남편은 저보다 더 다양한 입덧 음식을 섭취하며, “나도 같이 임신하는 느낌”이라며 같이 배가 나오는 중이에요.
그래서 몸무게 유지를 위해서 평일에는 헬스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많이 더워지는 오후 시간을 피해서 한강 러닝을 하고 오더라고요.
더운 여름, 입맛 없을 땐 ‘입이 당기는 것’이 최고
임신 중기는 입덧이 잦아들고 몸이 비교적 안정되는 시기이지만, 여름 더위까지 겹치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날도 많아요.
게다가 더운 날 주방에서 요리를 하거나 반찬을 만들 생각을 하면, 그 자체로 피곤해지고 스트레스가 올라와요.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생각나는 걸 사먹거나 배달로 해결하는 편이에요.
찾아보니까 저 말고도 많은 같은 임신 중기의 임산부들이 요즘 입맛이 없는데 챙겨는 먹어야 해서 식사시간이 고문처럼 느껴진다는 분도 있더라고요.
물론 너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입덧 때 먹고 싶었던 떡볶이, 냉면, 시원한 과일 주스 같은 것들은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한입 먹으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영양적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 내 몸 상태와 감정을 고려하면 억지로 건강식을 먹는 것보다, 스트레스 없이 잘 먹는 게 더 낫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돼요.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먹고 싶은 걸 잘 먹는 것도 하나의 태교”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편식, 미안함, 그리고 하루에 한 가지라도 좋은 음식을 먹어야지
물론 이런 식단을 계속 이어가다 보면 마음 한 켠엔 죄책감과 미안함이 쌓여요.
특히 편식이 심한 날,
“내가 이걸로 충분히 영양을 채우고 있을까?”
“지금 먹는 음식이 아기에게 해롭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죠.
가끔은 인터넷에서 임산부 영양소 표 같은 걸 찾아보며, 오늘 먹은 음식에 철분이 있었는지, 단백질이 부족하진 않았는지를 체크해보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부족한 건 많고, 갑자기 뱃속 아기에게 “미안해, 엄마가 잘 못 챙긴 것 같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기도 해요.
그럴 땐 마음을 다잡고, “오늘 한 가지라도 좋은 걸 먹자”는 기준을 세워요.
예를 들어, 단백질을 위해 두부 반모라도 먹거나, 과일은 못 먹어도 우유 한 잔이라도 마시자는 식이죠.
그렇게 하루하루 작은 노력을 쌓아가며 완벽한 식단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식단’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내 식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태교의 일부
임신 중기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시기예요.
아기가 빠르게 자라고, 엄마의 몸도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소모되는 열량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지는 시기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갑자기 떠올리는 것도 일종의 신호일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더 이상 ‘무조건 건강식’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진짜 먹고 싶은 게 있다면 너무 미루지 않고, 소량이라도 기분 좋게 즐기기로 했죠.
물론 그 안에서 영양을 조금이라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함께 하면서요.
결국, 엄마가 먹는 것이 아기에게 간다는 사실이 부담이 아닌 책임으로 다가올 때, 식단은 그저 의무가 아니라 내 아이와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선택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매일 아기와 나를 생각하며 밥을 한 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엄마로 살고 있는 거라 믿고 싶어요.
가끔은 SNS 속 다른 임산부들이 차려놓은 영양 가득한 식단 사진을 보면 ‘나는 이렇게 못 챙기는데...’ 하며 괜히 작아지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고, 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모든 임산부가 완벽할 필요는 없고, 매일 좋은 걸 챙겨 먹지 못해도 아기를 생각하며 한입을 더 먹으려는 그 마음이 이미 충분히 귀한 태교라는 걸 지금은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그래서 오늘도 수박을 잘라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의 입맛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지만 그날의 나와, 그날의 아기가 원하는 걸 존중하며 하루하루 식단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건 완벽한 영양을 위한 식단이 아니라, 나와 아기의 마음을 위한 따뜻한 식사라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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