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화학적 유산 후 1년, 다시 임신하기까지 나의 시간들

luckby25 2025. 7. 2. 12:49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임신은 단순히 한 줄의 두꺼운 선으로 시작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첫 임신 당시, 테스트기에 선이 나타났을 때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어요.

두줄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예약했더니 아직 아기집은 보이지않아서 피검사를 진행하고 왔어요.

보통처럼 운동하면 된다는 말에 걷기를 두시간동안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더 찾아보지 않은 자신을 탓해야했어요.

검사를 진행하고 나서 불과 며칠 만에 찾아온 통증과 출혈, 주말이라서 다음날 갔어야했고, 병원에서 들은 ‘화학적 유산’이라는 생소한 단어는 저를 깊은 슬픔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 이후로 제 마음속에는 “내가 뭘 잘못했을까?”, “다시는 임신할 수 없을지도 몰라”라는 불안이 자리를 잡았죠.

이 글은 그 시간들을 지나 1년 만에 다시 임신에 성공하기까지의, 솔직하고 조심스러운 여정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서도 같은 아픔을 겪은 누군가가 있다면, 저는 말해주고 싶어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고, 다시 웃을 날은 분명 온다는 것을요.

화학적 유산 후 다시 임신하기까지

 

저는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쓸까 말까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혹시 민감한 주제로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일까?’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히려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가장 위로받았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남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어떤 의학정보보다 강한 위로는, 같은 경험을 한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이야기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화학적 유산 이후의 감정 변화와 몸의 반응

처음 병원에서 '화학적 유산'이라는 진단을 들었을 때, 저는 의학적 정의조차 이해하지 못했어요.

임신은 되었지만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지 못해 생리를 하듯 유산되는 상태라는 설명이었죠.

의사는 흔한 일이라고 했지만, 저에게는 ‘아이를 잃었다’는 현실이었습니다.

그 후 몇 주 동안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매 순간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생리가 다시 시작될 때마다 '혹시 이번 달에는 될까'라는 기대와 함께 찾아오는 실망감도 반복됐고요.

몸은 곧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유산 후 자존감이 무너지고, 임신이라는 단어조차 피하고 싶던 시기도 있었어요. 길을 다니다보면 임신한 사람들이 더 눈에 띄고, 그리고 사람들의 무심한 질문들, SNS에 넘쳐나는 임신 소식은 감정적으로 큰 자극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기다리는 눈치셨지만 부담될까봐 말씀 못하시는게 느껴졌어요. 그럼 나는 왜 안될까? 더 자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그래도 초기에 알아서 다행이다”, “몸이 괜찮다니까 금방 다시 될 거야”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위로보다는 더 깊은 상처가 되었어요. 아무도 악의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그 시기의 저는 어떤 말도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너무 커서,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눈물을 쏟기도 했고, 어떤 날은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 속에 묻혀 지내기도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내가 회복하고 있었던 과정’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임신을 준비하기로 한 결심의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유산 이후 바로 임신을 시도하지는 않았어요.

4개월 후 정도부터 시도를 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마지막 방법까지 생각하면서 먼저 제 몸이 건강한 상태인지 확인받기 위해 자궁초음파, 혈액검사, 호르몬 수치까지 전반적인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다는 결과를 받았고,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생활습관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카페인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했죠.

저는 임신을 위해 ‘완벽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긴장을 놓고 편안해졌을 때, 자연스럽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어요.

다시 두 줄을 확인했을 때 저는 겁이 났지만, 동시에 다짐했어요. 이번에는 이 아이를 믿고, 나 자신도 믿자고요.

 

임신을 다시 시도하는 동안 ‘생리주기 집착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매달 배란일, 생리예정일을 여러개 어플을 통해 달력에 표시하며 더 정확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몸이 보내는 진짜 신호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했어요.

요가나 스트래스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듣고, 무엇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임신을 '목표'로 두기보다, 그 과정을 건강하게 견디는 '일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익숙한 피로감과 미묘한 느낌이 찾아왔죠.

테스트기 위에 나타난 선명한 두 줄은, 제게 다시 찾아온 기적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같은 아픔을 겪은 당신에게

지금 저는 임신 중기,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초기에는 전에 있었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찾아봤어요. 

 

그때의 슬픔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저를 가둬두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같은 속도로 임신에 도달하는 건 아니고, 어떤 사람은 한 걸음씩, 또 어떤 사람은 몇 번의 아픔을 겪고 나서야 도착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직 그 길 위에 있다면, 저는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은 잘하고 있고, 그 길 끝에 분명히 따뜻한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요.

저처럼 다시 두 줄을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단 한 번의 유산도, 마음속에서 그 생명을 품었던 사람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거든요.

자신의 슬픔을 비교하거나 축소하지 않아도 됩니다.

누구보다 소중한 기억을 품고 다시 나아가려는 당신, 그 자체로 충분히 강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