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기만 할 줄 알았던 순간, 예기치 못한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임신이 확인되던 순간, 저는 당연히 기쁨과 설렘만이 가득할 줄 알았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이 빛나 보일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기쁨은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찾아온 건 감정의 소용돌이였고, 이유 없이 올라오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정체 모를 우울감이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몸이 겪는 변화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외부 상황이 겹치면 감정은 더 복잡해집니다.
저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고, 아직까지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임신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임신’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정말 피부로 와닿는 시기였습니다.
제 감정이 저를 지치게 만들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평소에는 무던한 편으로 화를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소리를 빽 지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일에요.
임신 전이었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을 더 생각하며 서러운 감정까지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생각에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은 임신 초기 감정 기복을 겪으면서 제가 느낀 솔직한 마음과, 조금씩이라도 극복해보고자 했던 방법들을 담아보려는 기록입니다. 지금 같은 감정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내 마음이 나도 낯설었던 임신 초기
임신 초기에는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누구나 감정 기복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내게 닥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날이 많았고, 평소라면 넘길 수 있는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깊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특히 혼자 있을 때는 자꾸만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히고, '이게 진짜 괜찮은 임신일까?',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같은 생각이 떠오르며 감정이 휘몰아쳤습니다.
그 와중에 개인적인 문제로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했어요.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마음이 크게 흔들렸고, 그 문제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 마음이 완전히 안정되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문제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임신 초기에 ‘해결되지 않은 걱정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정 상태는 매우 예민해질 수 있더라고요.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머리가 무겁다 보니 감정까지 함께 가라앉았고, 그 결과 우울감은 점점 짙어졌습니다.
임신이라는 기쁜 사건조차 저를 온전히 기쁘게 만들지 못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한 순간들
어느 순간, 이렇게 감정을 붙잡고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저를 더 지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제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제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하루 중 ‘아무 생각하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5분, 그다음은 10분.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또 하나는 일기 쓰기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다 이야기할 수 없다면, 종이에라도 써보자고 마음먹고, 매일 밤 자기 전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입덧이 덜했어", "그래도 이 아이가 잘 자라고 있길 바라" 같은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렇게 글로 쓰는 동안 제 감정도 천천히 정돈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기보단, 스스로 나를 달래는 시간이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내가 이 감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믿음도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잠에들기전 누워서 오늘 있었던 일,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 그리고 지금 몸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남편이 옆에서 많이 챙겨주면서 위로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는 법
임신 중 감정 기복을 ‘참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게 오히려 우울감을 더 키웠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내가 엄마가 될 사람인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안 되지”라고 스스로를 억누르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감정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흘려보내야 한다는 걸 배웠거든요. 울고 싶을 땐 그냥 울었습니다. 슬플 땐 “오늘은 그냥 슬픈 날이구나”라고 인정했어요.
그렇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감정이 오래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저를 위로해준 말 중 하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은 틀리지 않다”는 문장이었습니다. 임신 중 감정이 요동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기쁘지만 불안할 수도 있고, 감사하지만 무서울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대신 내 감정을 하나하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임신이 아니라, 나 자신과 이 아이를 위한 과정이라는 걸 매일 되새기면서 조금씩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괜찮진 않지만, 괜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저는 완전히 감정이 안정된 상태는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 상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은 때때로 다시 고개를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제 감정을 싸워 이기려 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 바라보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가끔은 정말 작은 변화 하나에도 울컥할 만큼 예민해지고, 또 어떤 날은 너무 멀쩡해서 ‘내가 임신 중이 맞나?’ 싶을 만큼 평온하기도 합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까지 왔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제 감정과 함께 걷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같은 감정을 겪고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감정 기복도, 우울감도 모두 지나가는 시간 속 일부일 뿐이고, 우리는 그 시간을 충분히 잘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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