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누구나 겪는다는 입덧.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겪어보니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는 특히 공복 상태에서 울렁거림이 심한 ‘먹덧’이었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속이 계속 뒤집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순히 속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공기가 배 속을 맴도는 것처럼 텅 빈 느낌에 어지럽고 식은땀까지 나는 날도 있었죠.
입덧이 시작된 건 임신 5주차 정도부터였고, 증상이 본격적으로 심해진 건 6~8주 무렵이었습니다. 생리 예정일이 지나고 얼마 안 됐을 때부터 피곤함과 입맛 저하가 찾아왔고, 그다음엔 아침 공복 상태에서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 자주 들었어요.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그리고 외출 중 식사를 제때 못 했을 때였어요. 예상하지 못한 울렁거림이 갑자기 밀려올 땐 어디든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고, 음식 냄새나 배고픔을 함께 느끼면 정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습니다.
임신 초기 공복이 가장 두려웠던 먹덧의 하루
제가 겪은 입덧은 속이 차 있으면 조금 안정되는, 전형적인 먹덧이었습니다. 밥을 안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먹고 나면 안정되었지만, 그마저도 어떤 음식이든 다 괜찮은 건 아니었어요. 이상하게도 기름기 있는 음식은 거부감이 들었고, 산뜻하거나 담백한 음식만 조금씩 들어갔습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속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바로 울렁거림이 시작됐기 때문에, 저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두유나 크래커를 놓아두고 일어나자마자 조금씩 먹는 식으로 하루를 시작했어요.
외출할 때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했습니다. 밖에서 식사 타이밍을 놓치면 울렁거림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기 때문에, 저는 항상 가방에 간식과 비상식량을 챙겨 다녔습니다. 주로 넣어 다닌 건 바나나, 새콤달콤 같은 간단한 간식이었고, 탈수 방지를 위해 작은 생수도 항상 함께 가지고 다녔어요. 약속이 있는 날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리 가까운 편의점 위치를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그 시기의 저에게 ‘음식’은 생존 도구나 다름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식욕과 이상한 입맛의 변화
임신을 알고나서 친정엄마가 입덧이 심했다는 얘기를 듣고 겁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먹으면 괜찮아지는 먹덧이었어요.
남편은 먹덧이라는걸 알고 계절에 맞는 음식, 가깝게 살 수 있는 음식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만큼 갑작스럽게 땡기는 음식들도 있었어요. 한밤중에 갑자기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는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밤 11시쯤 갑자기 수박이 미친 듯이 먹고 싶어진 날, 저는 결국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나 지금 너무 수박이 먹고 싶어…”라고요. 남편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이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습니다.“우리 ○○가 먹고 싶다는데, 당연히 사다 줘야지.”
덕분에 임신 초기부터 중기까지 냉장고에 수박에 떨어진 일이 없어요.
그날 밤, 수박을 들고 돌아온 남편을 보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다음 날 출근해야 했던 사람인데, 단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아이 때문’이라며 웃어주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방송에서 나오는 음식이 맛있어 보였는데 갑자기 오뚜기 스프 같은 평소엔 잘 먹지 않던 음식들이 갑자기 생각나곤 했어요.
먹고 싶은 게 떠오르면 그걸 먹기 전까진 속이 가라앉지 않았고, 냄새를 맡거나 한 입 먹는 순간 비로소 입덧이 조금씩 진정되곤 했습니다.
사람마다 입덧의 양상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처럼 특정 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도 꽤 흔하다고 하더라고요.
입덧이 심한 친구는 밥도 못 먹고 수박만 먹는다는 친구도 있어요.
중요한 건 본인이 어떤 패턴인지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만의 방식으로 입덧을 견뎌낸 방법들
입덧은 무조건 참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참지 않되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먼저 먹고 싶은 게 생기면 미리 양을 조절해서 소량씩 자주 먹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병원에도 소화가 잘안되는거 같다고 했더니 조금씩 자주 먹는 방법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에 많이 먹으면 더부룩해서 구토가 나올 것 같은 날도 있었기 때문에, 자주 배를 채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그리고 음식의 온도나 질감도 입덧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차가운 음식이 오히려 더 잘 넘어가는 날이 있었고, 너무 기름지거나 묽은 음식은 거부감이 생겼어요.
저만의 팁을 하나 공유하자면, 냄새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음식은 최대한 식힌 후 먹었고, 간단한 요리는 베란다에서 했습니다.
실내 음식 냄새가 퍼지면 그 냄새 때문에 다시 구역질이 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럴때 새콤달콤이나 레몬사탕을 하나씩 먹으면 괜찮아졌어요.
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면 일단 앉아서 숨을 깊게 쉬고, 최대한 자극 없는 간식을 입에 넣는 식으로 컨트롤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렇게 며칠, 몇 주를 보내며 몸이 서서히 적응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조금씩 나아지는 입덧과 그 시간을 지나며 느낀 것
입덧이 극심했던 시간은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마음적으로도 지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임신 12주를 넘기면서부터 증상이 조금씩 가벼워졌고, 14주쯤 되자 그토록 힘들던 공복 울렁거림도 사라졌어요. 입덧이 사라지는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저는 정확히 ‘하루아침에 좋아지진 않았고’, 서서히 좋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천천히 생활 패턴을 원래대로 되돌려갔어요.
날마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 증상이 보이기도 했지만 뱃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돌아보면 입덧의 가장 큰 고비를 넘긴 건 무작정 참지 않고, 나 자신을 이해하려 했던 노력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자책하지 않고, "나는 지금 잘 견디고 있다"라고 스스로 다독이려 한 것도 큰 힘이 되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밤늦게 수박을 들고 웃으며 들어오던 남편의 모습은 제가 그 시기를 잘 버텨낸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누군가가 내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함께해준다는 건, 그 자체로 정말 큰 위로였습니다. 입덧은 결국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임신이라는 여정이 훨씬 더 다정하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 저는 몸으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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