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임신 초기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남편에게 임밍아웃 감정 기록

luckby25 2025. 7. 3. 23:00

익숙한 하루 속, 갑자기 찾아온 낯선 감각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전날 밤부터 가슴이 묵직하고, 아랫배가 은근하게 당기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요,

사실 이런 증상은 생리 전에도 종종 겪던 거라서 별다르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커피 향이 거슬렸고, 입이 깔깔하며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가슴도 유난히 민감했고, 쉽게 피곤해졌어요. 무엇보다 달랐던 건, 이유 없이 감정이 흔들렸다는 점이었어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고, 짜증이 났어요.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하지만 저는 쉽게 믿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한 차례 화학적 유산을 겪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 일은 제게 꽤 큰 상처로 남아 있었고, 동시에 조심스러움을 남겼습니다.

혹시나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 확신이 들기 전까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남편에게 조차도 요. 평소 모든 걸 공유하고 비밀이 없는 사이였지만, 이번만큼은 조용히 혼자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달 하는 테스트기를 남편 몰래 해보았습니다.

이달은 임신을 노력해도 되지 않아서 시험관을 준비하려고 산전검사를 했던 달이었어요.

 

임신 초기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두 줄을 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온 감정

 

테스트기는 익숙했습니다. 그전에도 몇 번 사용해 본 적이 있었고, 특히 한 번은 선명한 두 줄이 나왔지만 결국 그 생명을 지키지 못한 기억이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기대는 되면서도 마음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3분 정도를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어요.

잠깐 시선을 돌리고 다시 확인했을 때, 테스트기 위에는 분명한 두 줄이 보였습니다.

숨을 들이쉬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기쁜 감정보다 먼저 찾아온 건 경계심이었습니다.

‘정말 맞을까?’, ‘이번에도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눈물이 맺혔습니다.

기쁨인지 불안인지 모를 감정이 뒤섞인 채, 앉아서 테스트기를 한참 바라봤어요.

벅차오르는 마음을 애써 누르면서도,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어요.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조용히, 더 조심스럽게 그 순간을 받아들였습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다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섣불리 알리지 않고 여러 테스트기를 사용해 보면서 더 선명해지기를 기다렸어요.

 

평소처럼 흘러가던 저녁, 예상하지 못한 고백

며칠뒤 저녁, 동네 근처에서 고기나 구워 먹을까, 싶어서 나가서 한잔해야지 싶었으나, 저는 두 줄을 확인한 상태고 남편은 아직 모르는 상태! 저희 부부는 평소에 가볍게 한잔씩 나눠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편인데요.

그날따라 저는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어요.

남편이 자연스럽게 술을 주문하면서 “한 잔 할래?”라고 물었을 때, 저는 잠깐 망설이다가 “오늘은 안 마실래. 그냥 좀 그래서…”라고 말했죠.

남편은 잠시 저를 바라보더니 왜그러지?하는 표정이었어요. 저는 애써 태연한 척했어요.

밖이라서 테스트기는 집에 있었고 인터넷 글에 공유하면서 사진 찍었던 것을 보여주니까 정말이야? 하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뭔가 들킨 것 같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했어요.

남편은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저를 안아주었어요.

그 순간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남아 있어요.

사실은 더 늦게 말하고 싶었어요. 병원 진료도 받고, 호르몬 수치도 확인한 뒤에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었죠.

하지만 평소에 모든 걸 나누던 부부였기에, 제가 갑자기 술을 피하는 모습을 보며 남편이 눈치채는 건 당연한 일이었나 봐요.

영상을 찍고 화려한 임밍아웃을 하지는 못했지만,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며 나눈 그 순간이 참 따뜻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다시 믿고 싶어진 순간

 

너무 일찍가면 아기집은 보이지 않고 호르몬 수치 검사를 위해서 피를 뽑아야 한다는 주변의 말과 저번의 경험을 통해 최대한 테스트기가 선명해지고 원래 생리 예정일보다 2주가 지나서야 저는 산부인과에 다녀왔습니다.

환자가 많기로 유명한 원장님이라서 예약을 해도 대기는 기본이었고, 산부인과 특성상 갑작스러운 수술도 있어서 대기가 길어지기도 했어요.

얼른 확인하고 싶었는데 초조한 마음은 더 길어졌습니다.

진료실로 들어가서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 아기집이 작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너무 좋고 설레고 감정이 벅차올라오더라고요. 

전보다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도 옆에서 촬영하면서 드디어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왔구나 얼떨떨해 보이더라고요.

“고마워.” 그 짧은 한 마디가 왠지 울컥하게 했어요. 말은 짧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저희는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하지만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어요. 조심스럽게 생활을 조율하고, 마음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 아이가 오래오래 내 안에 머물 수 있기를, 우리 곁에 있어주기를 조용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임신이 저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화학적 유산이라는 아픈 기억을 지나, 다시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제게는 큰 변화였습니다.

평소처럼 흘러가던 저녁,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고백. 그 따뜻했던 순간이, 우리 아이에게도 전해졌기를 바랍니다.